안녕하세요. 독자님 :) 독자님은 계절마다 기다리는 것이 있나요? 무언가를 기다리는 삶은 조금 덜 지루하고, 약간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SNS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어요. “6개월 금방 갈까? 했는데 어떤 분이 ‘응… 수박 복숭아 포도 기다리면 금방이야. 그 사이에 딸기 먹으면서 힘내자’라고 했음. 너무 귀엽고 힘이 나는 말이야.” 이 글처럼 딸기 먹으면서 힘내고, 토마토랑 참외 먹으며 버티며, 수박을 반기다가, 옥수수랑 복숭아를 만나니 벌써 7월이 왔네요. 이제 사과를 기다리다가, 귤을 맞이하며 한 해의 끝을 만나려나요? 독자님의 7월도 기다리던 무언가를 만나는 계절이길.
덧붙임) 예고보다 한 주 늦게 발송하게 된 8호. 혹시 궁금해 하며 기다리셨나요? 박정은 수녀와 임혜진·오수경 에디터가 보내는 7월 이야기를 기다리셨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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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의 계절 ㅡ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뜨거운 태양과 함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이기도 한 칠월이 되면 공연히 마음이 부풀기도 합니다. 왠지 새로운 벗을 만날 것 같고, 내면의 촘촘한 결을 더 만들어 갈 것 같은 설레는 시간입니다. 물가에 나가 발을 담그고, 산골짜기 어딘가에서 깊은 숲의 향기를 맡고 싶은 시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계절이 너무 들뜬 것 같아 불안감을 주고, 휴가를 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외로움과 박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더위에 몸도 마음도 지치기 쉽고 마음이 우울해지기도 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내면의 깊이를 더하는,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는 시간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칠월이 아름다운 이유는 태양 아래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 까닭일 것입니다. 아직 완전히 익지 않은 풋열매가 햇빛을 만나고 달빛을 만나며 자기의 모습을 갖추어가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칠월은 치열합니다. 어쩌면 칠월은 내면의 소망들이 알알이 영글어가는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첫째 주. 서점에서 시 한 줄 만나기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있는 서점을 찾아가 둘러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이런저런 책들도 구경하고, 서점의 섬세한 느낌과 주인의 안목을 헤아려보는 일은 뜻밖의 기쁨을 줄 것입니다. 대형 서점도 좋겠지만, 편안한 걸음으로 들를 수 있는 조용한 동네 서점을 권합니다. 매일 잠깐씩 들러도 좋고, 여러 군데 서점을 순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 마음에 드는 시들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내가 고른 조그만 시집을 들고 거리를 걸어보세요. 그렇게 시인의 마음으로 칠월을 시작하면 어떨까요?
내가 고른 시집이나 책 속에서 마음에 드는 구절을 찾고, 하루에 한 구절씩 천천히 읽고 적어보세요. 이 문장에 어떤 마음이 담겨 있나요? 왜 나는 이 구절이 마음에 들었나요? 어떤 표현이 마음에 드나요? 그것을 한번 적어봅니다.
여기서는 제가 모은 문장들을 소개합니다. 여러분이 고른 문장들, 혹은 제가 소개하는 문장들을 가지고 하루하루 명상해 봅시다. 그 문장들 옆에 여러분의 주석을 써봅니다. 마음에 드는 단어에 동그라미도 치고, 예쁜 색연필로 밑줄을 그으면서, 이 문장이 나에게 어떤 설렘을 주는지 연필로 적어봅니다. 이 주석에는 내 어린 시절 추억이 있을 수 있고, 아득히 잃어버린 어떤 기억이 담겨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내 삶의 자리에 찾아든 이 문장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헤아려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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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는 대충을 좋아한다.
대충 싼 가방을 메고 피크닉 가는 것을
몇 개의 단어로 일기 쓰는 것을
좋아한다. - 임지은 <대충 천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 이육사 <청포도>
여름 오후(summer afternoon),
나에겐 언제나 영어에서 가장 아름다운 두 단어. -헨리 제임스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 한용운 <알 수 없어요>
끝없는 세계의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입니다.
한없는 하늘이 머리 위에 멈춰 있고 쉼 없는 물결은 사납습니다.
끝없는 세계의 바닷가에 아이들이 소리치며 춤추며 모입니다.
그들은 모래로 집 짓고 빈 조개껍질로 놀이를 합니다.
가랑잎으로 그들은 배를 만들고 웃음 웃으며
이 배를 넓은 바다로 띄워 보냅니다.
아이들은 세계의 바닷가에서 놀이를 합니다. - 타고르 <기탄잘리60>
아득한 명상의 작은 배는 가이 없이 출렁거리는 달빛의
물결에 표류되어 멀고 먼 별나라를 넘고 또
넘어서 이름도 모르는 나라에 이르렀습니다. - 한용운 <명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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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마지막 날에는 한 주를 보내며 내 마음을 찾아들었던 이 문장들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내가 달아놓은 주석들을 천천히 읽어봅니다. 그리고 우주에서 내게 온 메시지에 담긴 의미를 한번 생각해봅니다.
둘째 주. 동네를 돌며 관찰하기
칠월의 무더위 속으로 용감히 나가봅시다. 하루하루 짙어가는 나무 향기를 맡으며 초록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보거나, 이른 아침 풀잎에 달려 있는 이슬방울이 지기를 기다려본다거나, 해가 진 동네 공원의 따끈한 벤치에 누워 하늘을 보거나,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에 맨발로 나가서 춤춰봅시다. 무수한 모험의 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금은 새로운 눈으로, 이번 주는 마치 세상에서 처음 보는 동네처럼, 내가 살고 있는 동네를 관찰해봅니다.
아침 일찍 동네를 돌아보세요. 새벽이 동터오는 시간, 내 눈을 사로잡는 것은 무엇입니까? 한 그루의 풀포기일 수도 있고, 어제의 소음을 아직 간직한 것처럼 보이는, 아직 닫혀 있는 카페 문일 수도 있습니다. 새소리가 들리는지, 오늘 내 눈에 가장 새롭게 다가온 것은 무엇인지도 주목해보세요. 아직 소란스럽게 일상이 시작되기 직전, 우리 동네의 얼굴은 어떤 모습인가요? 알지 못하는 이웃집 정원의 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이번에는 또 다른 시간에 동네를 한 바퀴 돌아봅니다. 사람들이 출근하고,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시간의 동네는 어떤 모습인가요? 사람들의 표정은 어떠한가요? 무표정하고 지친 모습인가요? 그런 사람들 속에서 나는 무엇을 발견합니까?
오후의 우리 동네는 어떤 모습일까요?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자연과 가깝다면 아마 더 감동스러울지도 모르지만, 다닥다닥 붙어 있는 도시의 골목길이나 가로수가 늘어선 거리도 우리에게 감동을 줍니다. 밤에 동네의 얼굴은 또 달라지겠지요. 낮에 내 눈을 사로잡았던 것들은 이제 보이지 않고, 가로등 빛 아래 나무와 풀과 우리의 계절은 다른 빛을 발하고 있을 겁니다.
다양한 시간의 동네를 산책할 수 없는 분들은, 시간을 정해서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모습을 그림이나 사진, 글로 기록해봅니다. 특히 오늘 내게 처음으로 보이는 것이 있는지, 특별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게 다가오는 것이 있는지 기록해보세요. 만일 동네 산책에 익숙하다면, 산책하는 동안 내가 좋아하는 동네 나무에 이름을 지어주고, 어느 가지에 잎이 더 짙어졌는지, 그 나무 아래서 바라보는 하늘과 구름은 어떤 색과 모양을 지녔는지 등을 관찰하면서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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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여름꽃, 능소화 ⓒ오수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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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주, 소리로 명상하기
이번 주는 내 주변의 소리를 명상하기로 합니다. 칠월에 베트남의 트라피스트 수도원에서 피정을 하던 중, 새벽 저수지를 걷다가 많은 소리들을 만났습니다. 새소리, 풀벌레 소리, 물고기가 움직이는 소리까지 온 세상이 살아있는 것들의 소리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즐거운 소음(joyful noise)을 낸다는 사실을, 그 순간 알았습니다. 내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명과 함께 생을 나눈다고 생각하니 울컥하며 든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살아가는 일이 누구에겐들 쉽기만 할까요. 새들도, 꽃들도, 나비들도 열심히 살아갑니다. 누군가가 내는 소리를 경청하면서 '생의 연대'에 관해 묵상해보기로 합니다.
첫째 날 지금 내게 가장 가깝게 들리는 소리는 무엇입니까? 지금 저는 누군가가 치는 기타 소리가 들립니다. 고요를 깨뜨리는 그 소리에 집중합니다. 멀어지고 또 가깝게 들리는 소리를 들으며 연주하는 사람의 마음도 상상해봅니다. 어떤 존재가 내는 삶의 목소리라고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는 그 사람이 행복하기를 기원하면서 누군가가 연주하는 음악 속으로 들어가봅니다.
둘째날
나에게 가장 거슬리는 소리를 선택합니다. 계속 들리는 오토바이나 자동차 소리라면 그 소리에만 집중합니다. 마치 이 세상에 그 소리만 있는 것처럼. 누군가가 만들어낸 생의 소리라고 생각하면서, 내가 만들어내는 생의 소리는 어떤 것인지 생각해봅니다.
셋째날
미세하게 들리는 한 가지 소리를 선택합니다. 오래된 냉장고가 돌아가는 소리일 수도 있고, 옆집 강아지가 우리 집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며 낑낑대는 소리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아기가 우는 소리일 수도 있습니다. 그 소리를 따라가며 침묵 속에 머물러보세요. 그 소리의 끝에 누가 보이나요?
넷째날
가장 좋아하는 소리를 찾아보세요. 비가 포도에 부딪히는 소리, 아이들이 깔깔거리는 소리, 저녁 미사에 부르는 성가 소리, 깜깜한 밤에 들리는 풀벌레 소리, 바람에 서걱서걱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담장 낮은 이웃집 불빛 속에 흘러나오는 티비 소리. 칠월의 여름에 가장 멋진,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어떤 것인지 찾아보세요.
다섯째날
오늘 하루 내게 들려온 소리 일지를 적어봅니다. 그 소리들은 생명의 의미를 전달하는 메신저일지도 모릅니다. 오전 중에 들려온 소리를 모두 적어봅니다. 새소리, 아이들이 등교하는 소리, 알람 소리, 누군가가 바쁘게 걸어가는 소리, 자동차 소리를 하나하나 적어보면서 어떤 소리가 나에게 즐거움을 주었는지, 왜 그 소리가 즐거움을 주었는지 생각해봅니다. 그 즐거움 속에 어떤 기억이 났는지, 삶에 대한 나의 소망이 떠올랐는지 살펴봅니다.
여섯째날
요즘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고 즐겨보세요.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것은 아마도 생의 가장 큰 축복일 거예요. 나는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음악의 목록을 한번 적어보세요. 그리고 현재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주는 감동과 느낌에 머물러보세요. 멜로디가 내게 가져다주는 느낌 속에서 삶을 감사하세요. 만일 그 음악에 가사가 있다면 가사를 음미하며 내가 좋아하는 구절은 어떤 것이고, 그 의미는 내 인생에서 무엇인지를 적어보세요.
일곱째날
내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세요. 한 주간 귀 기울였던 여러 소리에 대한 감각을 기초로 내 마음속에 일어나는 소리들을 찬찬히 들어보세요. 나는 얼마나 자주 아름답다, 감동이다, 혹은 신기하다는 말을 하나요? 나는 어느 때 짜증나, 지겨워, 혹은 신경질 난다는 부정적인 소리를 내나요? 긍정적인 말을 하든 부정적인 말을 하든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이고, 그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내 영혼을 돌보는 중요한 작업입니다. 오늘 하루 가장 긍정적인 내면의 소리는 무엇이었나요? 내가 낸 내면의 소리 중 가장 부정적인 소리는 무엇이었나요? 내면의 소리가 내는 소리들을 판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가만히 들어주세요.
넷째주, 머물지 않는 것들의 아름다움에 머물기
우리의 생도, 이 뜨거운 칠월의 날들도 영원히 우리 곁에 머물지 않습니다. 자칫 짜증스러울 수도 있는 칠월의 마지막 주를 보내며 머물지 않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비가 내리면 온 세상이 젖고, 나뭇잎들은 생기를 더합니다. 그 생기가 영원히 머물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어설픈 걸음마도 영원히 머물지 않습니다. 그 순간을 영원처럼 감탄해보세요. 아침 일찍 산책길에서 만나는 풀잎의 이슬은 너무 아름답지만 영원히 머물지 않습니다. 이 여름날을 온통 채우고도 남을 처절한 매미의 울음처럼, 우리 주변의 머물지 않는 아름다움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스러져갑니다.
우리의 생이 이렇게도 아름다운 것도 머물지 않는 것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천사들도 질투하는 우리의 생은 머물지 않고 흘러갑니다. 유한함에 담긴 우리의 날들과 시간은 그만큼 절절하고, 또 그래서 더 아름답습니다. 이번 한 주, 내 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을 만나보세요. 어린 시절 보물 상자에 예쁜 돌멩이, 머리핀, 옷감 조각, 예쁜 화장품 용기들을 모아두듯, 우리 마음의 거룩한 공간에 흘러가는 내 일상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모아보세요. 이번 주는 그렇게 자연을 통해, 내 일상을 통해, 그리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마음에 담기는 소중한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겨보세요. 내가 만난 아름다움의 기록들을 다시 한번 찬찬히 보면서 묵상해보세요. 머물지 않는 아름다움과, 그래서 절실한 생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그리고 마지막 날에는 오늘 이 시간 내가 품은 희망을 생각해봅니다. 이 아름답고도 유한한 생명 안에서 내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가져가고픈 희망을 생각해봅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 삶의 본질에 대한 이해, 사랑, 그리고 신의 연민 등. 이렇게 흘러가는 것들의 아름다움 속에, 그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내 마음의 시선 안에서, 칠월에는 우리 영혼의 소망이 익어갈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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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진의 계절 ㅡ 오늘 하루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
아시다시피 옐로브릭은 1인 출판사로 저 ‘옐사장’이 편집, 마케팅도 하고 때로는 번역도 직접 하는데요, 요즘은 작업실에 틀어박혀 번역가 모드로 지내고 있습니다. 번역하는 책은 최근 계약한 로렌 엘킨Lauren Elkin의 〈보컬 브레이크〉(가제, Vocal Break)라는 책입니다. 로렌 엘킨은 전작 〈도시를 걷는 여자들〉(Flaneuse)로 한국 독자에게도 꽤 알려져 있으며, 페미니즘과 예술 영역에서 우아한 필력이 빛나는 에세이를 쓰는 작가입니다. 사실 그는 작가가 되기 전 성악 지망생이었고 목소리의 좌절을 겪었습니다. 이번 책은 노래를 사랑했던 성장기에 대한 회고록인 동시에 목소리, 더 구체적으로는 성구 전환점(vocal break)이라는 문제적 소재를 가지고 여성의 목소리가 어떻게 사회적으로 형성되고 억압되며 어떻게 해방될 수 있는지를 문화사적으로 탐구한 에세이입니다. 무엇보다 음악 이야기가 풍성하고 페이지마다 언급되는 기세 넘치는 여성 가수들의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보며 작업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를테면 신디 로퍼가 항공기 지연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 공항에서 발이 묶였을 때 비행기 안내방송용 마이크 앞에서 ‘Girls just wanna have fun’을 부르는 순간 같은, 멋진 음악의 순간들이 이 책에는 가득합니다. 한때 좌절했지만 여전히 사랑과 경탄을 바칠 수 있는 ‘나의 세계’를 이 책에서 만납니다.
회고적 글쓰기는 여전히 커다란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 호기심을 자극하며 영감을 주는 건 작가가 마음껏 사랑하고 찬미하는 무언가에 대한 글인 것 같습니다. 제게 여름은 그 절정의 느낌으로 우리 생의 찰나성을 상기시킵니다. 그래서 여름은, 오늘 하루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 아름다운 것을 더욱 경탄하라고 초대하는 듯합니다. 작은 방에서 혼자 이 글을 쓰며 저는 여러분의 기쁨과 경탄의 주제가 문득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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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경의 계절 ㅡ 여름에 태어났는데 여름을 싫어합니다
제목 그대로 저는 여름 한 가운데, 7월 중순에 태어났어요. 여름에 태어나 더위에 강할 것 같지만, 여름이면 ‘집’으로 여행을 떠나곤 했어요. 그런 저에게 여름 풍경을 가득 품은 드라마들은 대리만족을 시켜주었죠. 그중 요즘 유난히 생각나는 드라마는 〈박하경 여행기〉입니다. 국어 교사 박하경이 어느 날 문득, 무료함을 느껴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때 딱 하루씩 여행을 떠나는 내용인데요. 드라마는 “19세기말 프랑스에서는 갑자기 떠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는 하경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해요. 둔주, 보행성 자동증, 방랑벽, 미치광이 여행자로 불린 그들을 소환해 “그들은 과연 미쳐서 여행을 떠난 걸까? 그대로 살다가는 미쳐버릴 것 같아서 떠난 게 아닐까?”라는 질문인 듯, 선언인 듯한 말을 하며 여행을 떠나요. 그렇게 떠난 첫 여행은 ‘템플 스테이’ 그리고 마지막 여행은 친구와의 추억이 담긴 경주에요. 꼭 여름 풍경을 보여줘서 이 드라마가 생각이 난 건 아니고… 사회적 스트레스가 심한 시절을 보내며, 이러다 미치는 게 아닌가 싶은 고단한 일상 한 가운데서… 19세기 말 프랑스 사람들처럼 숨을 곳, 숨 고를 곳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생각난 드라마에요. 오랜만에 이 드라마 보면서 방구석 여행을 떠나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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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에 답장이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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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를 읽고 방혜자 작가의 전시를 보러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 다녀왔어요. 하나 하나의 작품이 영적인 존재들처럼 느끼기도 했고 방혜자 작가와 박경리 작가가 주고 받은 편지를 읽으며 이 두 여성이 나누는 이야기에 왠지 모를 깊은 감동을 받기도 했답니다. 다행히 청주 근처에 살고 있는지라 이 전시회가 끝나기 전에 한 번 더 가서 보려고 합니다. "유월은 작은 모험을 시도하는 멋진 시간"이라고 하셨는데 유월의 중반을 지난 지금 돌이켜보니 딱히 그런 시간을 보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이 유월이 다 끝나기 전에 박정은 수녀님이 말씀하신 멋진 시간을 보내볼게요. 오브에서 보내주시는 메일은 읽고 또 읽어도 참 좋아요. 오늘도 일하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메일함을 찾아 다시 읽으며 셋째주에 해야 할 일 "나만의 여섯 시간 모험 떠나기"를 확인했어요. 이번 주말에 시간을 한 번 내봐야겠어요! 오늘 아침, 저희 집 앞 시냇가에 한 마리 백로가 날아와서 물고기 사냥을 하더라고요. 초록빛 나무 그림자를 한껏 머금은 시냇물 위로 새하얀 백로가 동심원을 그리는 광경이 숭고하게 느껴졌어요. 문득 유월의 향기가 담긴 풍경을 나누고 싶어 써봅니다. 날이 점점 더 무더워지는데 건강 조심하시고, 시원한 냉차 한 잔 하시면서 이 여름 무사히 보내시길 바라요.
→ 와~ 너무 뿌듯한 답장이에요. 7월에도 묵상하며 충만한 시간 가지시길.
《오브》 8호 어떻게 읽으셨나요? 답장을 기다리고 있어요오오오오~ 📮 다음 뉴스레터는 7월 15일에 발행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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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수녀의 한국 방문 & 행사 소식 궁금하신 독자님을 위해 공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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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 : 출판사 옐로브릭
- 에디터 : 오수경·임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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